
신이시여, 로또 500억 맞게 해주시면 그중 100억은 불쌍한 사람들 돕는 데 쓰겠습니다.
고명환은 이 기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를 조용하게 설명한다. 분노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그냥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낙타가 사자가 되는 과정 — 독서는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다
고명환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독서의 단계를 끌어온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
낙타는 짐을 실은 채 끌려간다. 방향도 모르고. 책 읽기 시작하면 딱 이 단계다.
"처음에는 졸립니다. 당연히 졸려요. 그러니까 누가 읽으라 그러면 그냥 읽으세요. 처음에 뭔지도 몰라도 읽으세요."
사자가 되면 달라진다. 뇌가 스스로 책을 고른다.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니라 저 구석에 꽂힌 책을 빼들면서 "이게 나한테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다. 사자 등에 감히 짐을 싣겠는가. 그게 자유고, 용기다.
이 단계의 독서는 나만을 위한 독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어떻게 하면 내 삶이 나아질까. 고명환은 그 욕심으로 읽으라고 한다. 낙타에서 바로 어린아이로 건너뛸 수는 없으니까.

사자는 배부를 때까지 나눠주지 않는다
여기가 핵심이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 먹는다. 무리가 둘러앉아 함께 먹는다. 고명환은 그게 나눠준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지가 갈구적거리면 지는 절대 나눠주지 않아. 지 배부를 때까지는. 그렇죠? 지가 배불러야 나눠줍니다."
사자는 자기 배가 찰 때까지는 나눠주지 않는다. "100억 벌면 그때 10억 기부할게"가 정확히 이 구조다. 내가 배부를 때까지. 내가 충분해질 때까지. 그때가 되면.
그런데 그때가 오는가.

혼돈은 영원히 있다 — '그때'는 구조적으로 오지 않는다
고명환이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Beyond Order)』를 인용하는 대목이다.
"100억을 벌든, 1000억을 벌든, 1조를 벌든, 배민의 김봉진 대표가 되든,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되든, 빌 게이츠가 되든 혼돈은."
문장이 거기서 끊긴다. 혼돈은. 계속 있다는 뜻이다.
피터슨은 이렇게 썼다.
"이 7가지 요소는 부자든 빈자든, 축복받은 자든 저주받은 자든, 재능이 있는 자든 재능 없는 자든, 여자든 남자든 간에 모든 영혼이 불가피하게 씨름해야 하는 경험의 요소들이다. 그것이 삶이다."
이재용 인터뷰 장면을 고명환은 예로 든다. 그 사람이 얼마나 혼돈 속에 있겠냐고. 돈이 있으면 혼돈이 사라질 것 같지만, 삶 자체가 혼돈이다. 만 원 있을 때도 혼돈, 십만 원 있을 때도 혼돈. 크기가 달라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충분해지면 나눌게. 그 충분함은 오지 않는다. 사자가 배부를 날은 없다.

어린아이는 사탕이 두 개뿐이어도 반 잘라준다
사자와 어린아이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어린아이 욕심 많죠. 하지만 조금만 친해지면 사탕이 딱 두 개밖에 없어도 아니면 껌이 하나 있어도 이렇게 반 잘라가지고 친구야 너 이거 먹어, 이렇게 하는 게 어린아이예요."
사탕 두 개. 그 중 하나. 지금 가진 것의 절반이다.
어린아이의 독서는 남을 위한 독서가 된다. 타인이, 사회가, 생명이 나아질 방법을 고민하면서 읽는 단계. 고명환은 그 단계가 되면 2조를 벌 수 있지만 2조가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한다. 돈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돈이 목적지가 아닌 수단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만 원에서 천 원
결론은 짧다.
"지금 만 원 있을 때 천 원을 못 나눠주시면, 10조 있을 때 1억도 못 나눠줘요."
10%다. 지금 가진 것의 10%를 나눌 수 없다면, 더 많이 가져도 달라지지 않는다. 습관이 없기 때문이다. 여건이 되면 나누겠다는 생각은 사자의 논리다. 배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 배부름은 오지 않는다.
고명환이 이 영상에서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자의 삶만 꿈꾸는 사람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1등이 되면, 100억이 생기면, 더 여유로워지면 — 그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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