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좌를 열지 않아도, 환전 창구를 거치지 않아도 돈이 움직이는 세상. 그게 공상과학이 아니라 지금 미국이 국가 전략으로 밀고 있는 방향이라는 이야기다.
슈카월드의 PLUS TV 채널에서 비트코인 화폐 철학을 가르치는 오태민 교수와 나눈 대담이 공개됐다. 31분짜리 이 영상은 비트코인 가격 전망보다 훨씬 깊은 곳을 건드린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원화를 대체하고, 한국 은행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잃어가는 구조적 변화다.

지금이 매집 타이밍인 이유
대담 초반 슈카가 비트코인 4년 주기에 대해 묻자 오태민 교수의 답은 단호했다.
"비트코인은 사실 주기만 알고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투자하기가 쉬운 자산이라고 보실 수 있어요."
4년에 한 번 급등하고, 급등 후에는 최소 60% 이상 폭락한다는 것이다. 작년 말 1억 5천~1억 6천 원까지 올랐다가 8천만 원 가까이 빠졌고, 현재 1억 1천만 원 선에서 회복 중이다. 교수는 달러 기준 6만 달러가 바닥으로, 지금부터 1~2년 천천히 매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봤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 진짜 핵심은 가격 전망이 아니었다.

미국의 전략: 달러를 탄도에 심어서 배달한다
오태민 교수는 트럼프의 친크립토 정책을 선거공학으로만 읽는 시각에 반박했다. 피터 틸 같은 싱크탱크가 트럼프 입에 넣어준 전략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1945년도 이후로 만들었던 달러 중심의 전통 금융망을 전부 크립토로 교체하겠다, 이런 전략적 그림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국채 문제 때문이다. 현재 미국 부채는 39조 달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국채가 안 팔린다는 것이다. 국채가 안 팔리면 이자율이 오른다. 그 해법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과 자산 토큰화다.
"달러를 탄도에 심어갖고 전 세계 시민들이 안방으로 배달하겠다는 겁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처럼 은행이 없는 지역에도 스마트폰은 있다. 그 폰으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쓰게 하고, 이자를 주는 미국 국채를 토큰으로 사게 만들면 전 세계 유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든다는 설계다.

한국 은행들이 패싱되는 구조
오태민 교수는 2년 전부터 이 위기를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다고 밝혔다.
"원화 없어지고 은행들 다 망한다라는 이야기를 진짜 제가 대놓고 얘기했거든요."
메커니즘은 이렇다. 지금 유튜브나 넷플릭스 결제는 원화 표시지만 기반은 달러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달러 기반으로 움직인다. 지금까지는 은행이라는 준공공기관이 관문 역할을 했다. 외환거래법이 강하고, 정부가 째려보면 은행들이 알아서 움직였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그 관문을 통째로 건너뛴다.
"딱 두 개만 남습니다. 업비트 같은 거래소, 그다음에 스마트폰 회사, 이 두 개만 남습니다."
반도체·자동차 수출 대기업들이 이미 이걸 검토했다. 해외에서 번 달러를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받아서 하청업체에 직접 주면, 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다. 1년에 절약되는 돈이 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기업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사례가 드러낸 역설
이란-미국 갈등에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급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 재무장관이 "움직여봐야 소용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뼈가 있었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사(테더, 서클)가 있다. 미국 OFAC의 요청 하나로 이란의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전부 동결됐다. 이란은 스위프트망도 막히고 스테이블 코인도 동결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러시아가 해외 자산 동결 이후 비트코인으로 우회할 때 미국이 전부 추적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달러 스테이블 코인과 비트코인은 통제 가능성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미국은 비트코인은 제도화해서 흡수하고,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전 세계 결제망으로 쓰겠다는 두 트랙 전략을 쓴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DeFi와 경쟁하면 지는 이유
은행들이 살아남으려면 이자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탈중앙금융(DeFi)이 주는 이자는 6%가 보수적인 수준이고, 10%도 흔하다. 미국 은행 단기 예금 이자는 2% 이하다.
은행들은 DeFi가 이자를 주지 못하도록 법안 로비를 했다. 간신히 상원에서 정리됐는데, 결론은 흐지부지였다. 가만히 있는 건 이자를 주면 안 되고, 뭔가 액션을 했을 때 마일리지 포인트처럼 주는 건 괜찮다는 방식으로 넘어갔다.
"이것을 법을 만든다고 해서 규제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프로그램을 만든 발명자를 기소해도 프로그램은 돌아간다. 미국이 지난 5년간 탈중앙금융을 기소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예대 마진, 수출입 무역 중간 수수료, 환전 수익이 구조적으로 소멸해가는 흐름이다.


한국의 선택: 통화주권이냐 금융 주도권이냐
유럽은 MiCA 법안으로 테더를 유럽 시장에서 퇴출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유럽인들은 DEX(탈중앙 거래소)를 통해 여전히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쓴다. 유로 기반 스테이블 코인 시장 점유율은 0.2%다. 유럽인들도 달러를 선택한다.
한국은 유럽보다 더 디지털에 밀착되어 있다. 막아도 더 빠르게 흡수된다는 진단이다.
오태민 교수가 내놓는 대안은 프레임 전환이다.
"통화주권이 우리가 지금 잡아야 될 게 아니라 금융 주도권이다. 우리가 이 포인트로 옮기면 우리한테 기회가 왔다라고 저는 보거든요."
금융 주도권은 홍콩, 스위스, 싱가포르가 가진 것이다. 전 세계 돈이 그 지역으로 모이고, 이자율이 결정되고, 투자 선택권을 갖는 구조다.
그 열쇠가 삼성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삼성전자가 개별 기업으로는 세계에서 폰을 제일 많이 팔고요. 우리가 금산분리만 좀 완화시키면 삼성은 세계 최대의 금융기업이 될 수 있죠."
달러 스테이블 코인과 토큰화 자산은 폰에서 폰으로 이동한다. 삼성은 애플이 약한 글로벌 사우스, 즉 은행이 없는 지역에서 강하다. 그 폰이 은행이자 환전소가 되는 세상에서, 폰을 파는 것이 곧 금융 인프라를 까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X머니로 6% 이자를 제시하며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스타링크와 연결된 단말기를 무료로 뿌리고 금융으로 수익을 내는 시나리오. 교수는 이것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쟁이라고 봤다.
"폰에서 폰으로 이동하거든요. 폰이 곧 은행이자 보험회사이자 환전소가 되는 건데요."
디지털 자산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 영상은 왜 미국이 이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왜 월가가 토큰을 강조하는지, 밑바탕의 논리를 보여준다. 그 논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선택지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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